< 전 세계로 뻗어가는 ‘브레멘 음악대’ >
‘브레멘 음악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유열 컴퍼니의 첫 프로젝트인 ‘브레멘 음악대’는 독일 그림형제의 동화를 바탕으로 한 어린이 뮤지컬입니다. 올해로 이 뮤지컬은 7주년을 맞게 되는데요, 유치원에 다니는 친구들은 물론, 초등학생, 부모님들까지도 많은 사랑과 관심을 보내주시고 있습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가진 네 동물이 (동키-당나귀, 캐티, 고양이, 도기-강아지, 러스티-암탉) 같은 꿈을 바라보며 브레멘으로 향하는 여정을 그려 ‘함께’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이에요. ‘함께라면 못할 것은 없으니 서로 귀 기울이고 같이 나아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관람한 어린이들이 서로 손을 잡고 극장을 나오는 정겨운 공연입니다.
외국에서도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브레멘 음악대’입니다.
지난 8월, 23일간 중국 상해 한복판에서 펼쳐졌던 ‘2011 중국 상해 국제 아동극 페스티벌’에 우리나라 최초로 개막작으로 초청을 받아 공연을 하였습니다. 주최 측에서 행사 카탈로그와 포스터에 우리 뮤지컬의 scene들을 head로 실어주더군요. 총 8편 정도의 초청작 중에 ‘브레멘 음악대’가 가장 역동적이라고 하던가요. (웃음) 굉장히 뿌듯했죠. 우리의 것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니까요.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것이 과연 우리나라의 뮤지컬로 어떻게 중국아이들과 소통을 할 수 있을 까 하는 점이었어요. 그렇다고 모든 노래를 다 중국어로 부를 순 없잖아요? 그래서 대표적인 테마곡 몇 개만 중국어로 연습하고, scene과 scene 사이에 간간이 중국어 내레이션도 넣어보았지요. 그랬더니 정말로 통하더라고요. (공연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가리키며) 여기보세요. 중국 아이들이 신나서 고개도 까딱까딱 흔들고……. 반응 좋죠? (웃음)
중국에서 올해 또 다시 우리 ‘브레멘 음악대’를 초대해 주었어요. 이번엔 중국 배우로 공연을 제작해보고 싶다는 요청도 들어왔고요. 한국 콘텐츠의 일부인 ‘브레멘 음악대’를 통해 중국과의 교류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고 보시면 돼요.
< 뮤지컬로 비춰 본 우리의 아동·청소년 문화 >
어린이·가족 뮤지컬과 관련한 일을 시작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이 부분이 공연문화에 있어 아무래도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른들의 문화까지 건드리는 것은 아직 제게는 과한 욕심이 아닐까 싶어요.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도 한평생을 바쳐도 모자를 것 같거든요. (웃음)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린이·가족 뮤지컬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분야 중에서도 유독 제가 뮤지컬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뮤지컬에는 모든 예술의 장르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음악을 비롯한 무대장치, 안무, 영상, 배우들의 연기, 의상, 심지어는 조명 하나하나 까지도 뮤지컬을 이루는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니까요. 이러한 예술의 총체가 매일 매일 live로 무대에 올라가고, 그것을 지켜보는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제겐 매우 설레는 일인 것 같습니다.
공연 제작자의 눈으로 보는 우리나라의 아동·청소년 문화의 실태는 어떠한가요?
중국 공연을 하면서 느낀 점이 참 많아요. 중국은 50년대부터 ‘중국의 미래는 어린이에게 있다’는 신념하에 유치원과 극단 간의 교류가 매우 활성화 되었다고 해요. 유럽은 더하죠. 일단 분야가 가지각색이에요. 철학을 다룬 뮤지컬서부터 삶과 죽음, 환경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까지 무궁무진하죠. 또한 그곳에는 적어도 어린이극을 만드는 회사는 반드시 라이센스가 있어야 한다는 대원칙이 있어요. 그만큼 어린이극에 대한 제작자의 책임, 자격을 사회적으로 널리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이겠지요?
반면 한국에서는 제작비만 있다면 자격조건 상관없이 누구나 뮤지컬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연문화가 자연히 흥행위주로 퇴색되어 갈 수 밖에요. 우리나라의 주된 어린이 뮤지컬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대표적으로 뽀로로, 뿡뿡이, 파워레인저와 같이 인기 있는 캐릭터 위주의 상업물, 아니면 대학로 등에서 만드는 저예산 뮤지컬들이죠. 절대로 적은 예산을 투입했다는 것을 탓하는 것이 아니에요. 적은 제작비를 들이더라도 심도 있는 연구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거죠. 다양한 자극을 받아야 할 우리 아이들이 소위 말하는 극단적인 극들만 보면서 자란다는 게 뮤지컬 제작자의 입장에서 참 아득합니다. 이건 사실 굉장히 심각한 현실이거든요. 정부, 지자체, 기업, 개인의 제작비 후원이 풍부한 선진국과는 비교할 수 없이 우리나라의 아동극 제작 환경은 열악한 상황이고요.
그래서 우리는 많은 고민을 거듭하여 뮤지컬을 만들고 있어요. 혹여 폭력적인 장면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지, 어린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는 없는지 계속해서 검토하죠. 지금은 ‘그림엄마’ 한젬마 작가와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오은영 박사님께 자문을 구하고 있습니다.
(사진제공: 유열 컴퍼니)
< 가수 유열의 청소년 시절 >
가수 유열씨는 어떠한 청소년기를 보내셨을지 궁금합니다.
별 걱정 없이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던 것 같아요. 제가 외아들이거든요. 아버님, 어머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어요. 친구들하고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였고요, 선생님들의 많은 기대를 받아왔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것이 항상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웃음)
청소년 시절 어려움을 겪으신 적은 없었는지요?
중학교 2학년 때 아버님 사업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완전히 zero base로 돌아간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제게 경제적 어려움의 충격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제 자신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지요.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했어요. 한 젊은 남자의 인생이 밑바닥부터 새롭게 시작되었다는 느낌이었달까? (웃음)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었죠. 공부를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부터, 대학교 다니기 전에는 통기타를 치는 아르바이트도 해봤어요. 이때의 이러한 경험들이 쌓여 자연스럽게 가수가 되는 데 큰 자산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어려울 때 어떤 것이 중요한 지 생각할 수 있게 되었어요. 같은 위기를 겪더라도 ‘이번에도 한 번 재미있게 넘어가보자’는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갖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 유열과 유열 컴퍼니 >
유열 씨는 평소에 많은 나눔 활동에 동참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 해, 한 해가 지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이, 사람은 결국 ‘함께’ 살아간다는 거예요. 내가 만나는 모든 인연들, 그것이 사람이 됐던 자연이 됐던 간에 모두 함께 지내면서 비로소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하게 되는 것이잖아요? 나눔을 실천하시는 분들이 꼭 하시는 말이 있죠. 나눔은 ‘주고받는 것’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만큼 나눌 때에 얻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거죠.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한 거예요. 이웃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경제적·사회적 여건 상 나눌 수 없는 분들이 얼마나 많이 계시겠어요.
아이들의 교육에 있어서도 ‘나눔’의 마인드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고만으로 참된 사람이 된다면야 좋겠지만 그게 아니잖아요. 실질적으로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선진국에 사는 아이들은 학교 curriculum에서는 물론이고 전반적인 사회시스템에서 자연스럽게 봉사나 나눔에 대해 학습할 수 있지만 우리 한국 사회는 아직 그 정도로 성숙하지는 못했다는 점이 조금 아쉽네요.
유열 컴퍼니의 향후계획, 앞으로 나아가야 할 목표는 무엇인가요?
벌써 ‘브레멘 음악대’의 관객이 5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관객의 명수는 결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매년 조금씩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서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을 많이 느끼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더 이상 군더더기가 없다고 평가 받을 수 있는 좋은 귀감이자, 어른 관객이 더 좋아할 수 있는 어린이·가족 뮤지컬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7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브레멘 음악대’와 함께 했던 만큼, 동화적 초심을 잃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 또한 잊어서는 안 될 부분이고요.
3년 전부터 준비해온 유열컴퍼니의 두 번째 프로젝트가 곧 선을 보일 예정입니다. 바로 가족뮤지컬 ‘수궁 Fantasy'인데요, 한국과 미국의 작가, 작곡가가 머리를 맞대고 만든 예쁜 작품이에요. ’수궁가‘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문화 콘텐츠로 글로벌한 사람들의 입맛을 충족시킬 수 있는 다채로운 뮤지컬을 만들어내는, 저의 새로운 도전입니다. 아리랑을 비롯한 우리 가락이 절묘하게 녹아 있는 이 뮤지컬의 음악에 많은 기대를 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어린이 문화에 전념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했던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심각한 한국의 아동·청소년 문화에 대해 알게 된 이상, 가만히 서서 방관만 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웃음)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가족극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는 문화적 시스템을 한국에도 도입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