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인의 할로할로 일년을 뒤돌아 보며 웃습니다....
미지에서 면접을 봤을 때 솔직하게 이야기 했습니다. 영어 잘 못한다고. 두 번이나 이야기했습니다. 괜히 뭐든지 잘 할 수 있다는 Yes맨은 되고 싶지 않기도 했고 그때 저는 다른 기관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지 직원 채용에 대한 절박함은 면접에 온 다른 분들보다 덜 했던 것도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저는 미지센터 프로그램 팀 중에서 영어를 가장 못하는 직원입니다. 유학을 가지도 않았고 그 흔한 토익점수도 준비 안했습니다. 경험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미국에 일하러 3개월 간 거, 겁이 없어 외국 애들이랑 잘은 논다는 것 뿐 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미지에 와보니 저에게 주어진 사업이 외국인을 데리고 학교에 가서 수업을 진행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걸 왜 나한테? 라는 의문과 강사선발을 위한 인터뷰는 어떻게?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잘 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고 그럼 나답게 바꿔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기관 혹은 우리센터에서 실시하는 다문화이해교육과의 다른 것은 바로 이론만큼 활동(놀이)에 중점을 두었다는 것입니다. 놀이를 통해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은 물론, 배움의 관계가 화자와 청중의 관계가 아니라 가능한 모든 사람이 수업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강사들에게 주문했습니다. 강의가 처음이거나 다른 문화교실에서 주로 이론수업을 하거나 활동으로 국기그리기 같은 단순한 활동을 진행했던 강사들에게는 어려운 부탁이었습니다.
프로그램 담당자로서 제가 강사들에게 한 것은 ‘그럼 우리부터 이 모임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우리도 좀 놀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강사들과 첫날 어색함을 깨버리는 놀이, 서로를 알아가는 놀이, 한국의 전통놀이들을 함께했습니다. 또 쇼핑하면 명동, 동대문밖에 모르는 외국인 강사들을 데리고 동대문도매상가, 평화시장에 가서 쇼핑도 하고 광장시장에서 빈대떡과 막걸리를 마시기도 했고 제 이름을 딴 볼링대회를 개최하고 강사수료식에는 포천으로 여행을 가 술 박물관에서 한국의 술에 대해 설명도 나누고 한국전통 도예도 했습니다. 그리고 주문했습니다. 내가 당신들에게 준 이 즐거운 느낌을 그대로 간직해서 아이들에게 돌려주라고.
그 결과는 잘 모르겠습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초등학생의 설문결과는 90%이상이 재 참가를 희망하고 만족했습니다. 또 실제로도 즐거워보였고요. 그렇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와 단순한 수치만으로 이 사업을 평가하고 싶진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프로그램의 결과는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건방지게도 이 수업 이후의 아이들의 삶의 대한 것입니다. 두 시간의 수업이 아이들의 삶의 가치관을 아주 조금은, 아주아주 조금은 바꿀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면 무리일까요.
그래도 프로그램 담당자로서 프로그램을 경험한 아이들이 ‘아 오늘 우리 반에, 우리 학교에 좋은 외국인 선생님이 와서 재밌게 놀아줬어, 즐거웠어, 또 보고 싶어’라는 이 감정을 ‘외국인이라고 해서, 나랑 피부색이 다르고, 히잡을 쓴다고 나랑 다르다고 차별해선 안 되는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는 같은 사람이란 것’을 인식할 수 있는 하나의 시발점이 된다면, 98%의 수업 만족도보다 더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빌어 한 학기동안 수고한 모든 한국인·외국인 강사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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