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에 온 지 3개월이 지난 지금, 현재 이곳의 모습은 지난 3개월간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밴쿠버의 모습이 아니다. 바로 2010-2011 북미아이스하키리그 스탠리컵 결승전으로 밴쿠버 전체가 열광하고 있다. 밴쿠버와 보스턴의 결승 진출로 인해 스탠리컵은 캐나다 대 미국의 결승구도가 되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결승전은 밴쿠버 시민을 비롯해 많은 캐나다인이 밴쿠버의 우승을 기원하고 있다. 40년 만에 밴쿠버의 스탠리컵 우승이 눈앞에 다가오자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모두가 헤드라인 뉴스로 결승전을 다루고 있고, 심지어 길거리만 지나가도 이번 스탠리컵 결승전의 열기를 바로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자동차에 2개에서 많으면 8개까지 밴쿠버 카넉스 (밴쿠버 하키팀 정식 이름) 깃발을 꼽고 다니며 밴쿠버 카넉스 유니폼, 응원 티셔츠 등을 누구나 입고 다닌다. 이러한 장면을 보며 외국인인 나도 밴쿠버 카넉스 팀에 순식간에 매료되어 버렸으며 스탠리컵 2차 결승전에는 직접 다운타운에서 사람들과 함께 거리 응원을 해보았다. 


 

5시 경기 시작 전 비교적 이른 시간에 도착했는데도 다운타운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거리 응원을 하고 있었다. 밴쿠버 카넉스 유니폼은 기본이며, 큰 응원 깃발을 들고 다니며 ‘Go Canucks Go!’ 를 외쳤다. 이 날 밴쿠버는 ‘남’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모두가 ‘친구’이며 ‘동료’였다. 행길을 건너며 눈만 마주쳐도 ‘Go Canucks Go!’를 외쳤으며, 스스럼없이 옆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러한 분위기에 나 또한 그들과 하나가 되어 밴쿠버 카넉스를 더욱 신나게 응원할 수 있었다. 


이 날 사람들은 10 명중 7-8명은 밴쿠버 카넉스를 응원하는 티셔츠,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밴쿠버 다운타운의 가장 번화한 거리에서 큰 스크린을 보면서 모두가 밴쿠버 카넉스를 열렬히 응원했다. 우리나라가 붉은 옷을 입고 서울 시청 앞에서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듯 밴쿠버 사람들은 온통 파란 물결로 다운타운을 뒤덮었다. 


캐나다 매니토바(Manitoba)에서 밴쿠버 카넉스를 응원하러 왔다는 한 팬은 나에게 밴쿠버에 온 지 얼마나 되었냐고 물어보았다. 3개월 정도 되었다고 대답하니, 그 분은 내가 매우 운이 좋은 시기에 밴쿠버에 왔다고 했다. 밴쿠버가 스탠리컵 결승전에 올라가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것은 자신이 평생 이곳에 살았어도 몇 번 볼 수 없는 기회라고. 우리의 대화를 듣던 주변에 있던 밴쿠버 사람들도 모두 이 말에 동의하며 나보고 Lucky하다고 했다.
  


내가 응원을 갔던 결승 2차전 날에는 밴쿠버가 보스턴을 상대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었다. 승리가 확정되자 사람들은 모두 환호성을 지르고 자동차에 타있던 사람들은 클락션을 마구 누르며 기쁨을 표했다. 남녀노소, 국적에 관계없이 모두가 친구처럼 주위 사람들과 승리를 즐겼다. 


밴쿠버와 보스턴의 결승이 확정되자 밴쿠버에 있던 보스턴 피자의 상표가 밴쿠버 피자로 바꿀 정도로 밴쿠버 사람들의 우승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러한 좋은 시기에 캐나다 사람들과 함께 ‘Go Canucks Go!'를 외칠 수 있어 매우 흥분되고 기뻤다. 스포츠라면 축구 밖에 모르던 나도 어느새 캐나다인들과 함께 밴쿠버 카넉스를 응원하고 있는 걸 보면, 하키가 매우 매력적이고 신나는 문화임에 틀림 없는 것 같다.
캐나다, 특히 밴쿠버에 올 계획이 있다면 하키 시즌에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캐나다인들과 스스럼없이 친해지고 캐나다 문화를 조금 더 깊숙이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 Stanley Cup (스탠리컵) 이란?

북미 아이스하키 리그 NHL 스탠리컵은 북미 지역 4대 스포츠 중 하나이다. 스탠리컵은 북미 지역 프로 스포츠 역사 상 가장 오래된 우승컵이며, 올해 밴쿠버 카넉스는 17년 만에 스탠리컵 결승에 올랐다. NHL에는 총 30개의 팀이 있으며 북미지역 동부, 서부로 나뉘어 경기를 하게 된다. 16강에 오르면 플레이오프(playoff)로 토너먼트 형식을 적용하게 되는데, 플레이오프란 7전 4승제를 뜻한다. 16강, 8강, 4강, 결승을 플레이오프로 진행하며 최종 우승팀이 스탠리컵을 거머쥐게 된다. 

* Vancouver Canucks (밴쿠버 카넉스) 란?


밴쿠버의 프로 하키팀으로 1970년에 북미 아이스하키 리그 NHL에 가입했다. 밴쿠버 카넉스는 밴쿠버 사람들에게는 우리나라 축구대표팀과 비슷한 스포츠팀이라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1번 골키퍼 로버트 루옹고(Roberto Luongo), 17번 라이언 케슬러(Ryan Kesler) 그리고 세딘 쌍둥이 형제 22번 다니엘 세딘(Daniel Sedin)과 33번 헨릭 세딘(Henrik Sedin)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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