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좋아요.”
5
년 째 이 곳 북경에 살면서 무수히 들었던 기분 좋은 말. 이 곳에서 지내다보면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현지인들을 꽤 많이 보게 된다. 그러나 한류열풍’이 겉으로 드러난 것처럼 좋은 면모만 갖추고 있는 것일까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 속의 한류를 살짝 들여다보았다.

 
한류 = 해피(Happy)!

     필자의 '중국 속의 한류' 여행은 자그마한 글로벌 공동체에서 시작됐다. ‘YCIS’라는 약자로 곧잘 불리는, 북경에 위치한 이 학교는 필자가 다니고 있는 학교로, 1932년 홍콩에서 처음 문을 연 뒤, 상해, 북경, 청도 같은 다른 도시들에도 캠퍼스를 개설한 영국국제학교이다. 북경 캠퍼스에는 현재 꽤 다수의 한국학생들을 포함하여,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모여 공부를 하고 있다
한적한 학교 속을 꼼꼼히 청소하고 계신 청소부 아주머니께서 여쭤보니 한국 드라마 대장금을 즐겨 본 적이 있죠.”라고 말했다. 아주머니는 한국과 관련이 전혀 없으신 분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인들의 생활 속에 깃든 한류열풍을 몸소 보았다고 했다. “내 친구가 20대 딸이 있는데, 한국의 유행 스타일을 참 좋아해요. 옷이나 화장품, 연예인을 동경하고..”.
실제로
필자의 친구인 Cy.(17. , 홍콩.)도 평소 웬만한 한국 걸그룹과 노래, 안무 쯤은 한국인인 필자보다 오히려 더 줄줄이 꿰차고 있을 정도다. “한국어는 독학으로 아직까지 공부하고 있지요. 여러 한국 연예인을 참 좋아하고, 그들의 콘서트를 보러 한국에 몇 번 갔다 왔을 정도랍니다.” ‘아냐~’ ‘바보라고 연신 한국어로 말하며 하하 웃던 Cy.양은, 한국의 연예인에만 눈이 밝은 것이 아니었다. 제일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떡볶이이고, 한국 문구 브랜드 ‘Artbox’와 한국 화장품을 애용한다. “요번에 학교 장기자랑 때 소녀시대’(한국가수) 노래로 춤을 출 거예요!”.

 

                                             중국 북경의 코리아 타운왕징에 있는 한 시장


     자그만 국제학교에만 한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속의 한국으로도 불리는 코리아 타운, ‘왕징은 중국 속의 한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왕징의 한 한국 미용/성형외과로 들어서니 하얀색 대리석과 조각상이 핑크빛 실크와 고풍스럽게 어우러진 넓고 포근한 분위기였다. 한국사람이라고 해도 단박에 믿을 만큼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중국인 데스크 안내원이 두 명이 필자를 맞아주었다. “중국 분들만 오는 편이예요. (오히려) 한국 분들은 거의 안 와요.” 중국고객들은 대개 한국 미용시술과 성형의 효과와 품질에 대단히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고, 또 피부관리와 수술 후에 만족하는 편이라고 한다. “한국 분들은 비싸다고 하시기 때문에, 매달 5 명 정도가 올까 말까거든요. 그런데 중국 분들은 하루에 10명꼴로 옵니다.” 길거리를 걷자 보이는 글들은 두 종류였다. 중국한자인 간자체와 한글.
빌딩을 들어서자 카페한국 옷이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손님들이 많이 찾기도 하는 곳이지만, 한국 드라마와 친구 등의 영향으로, ‘한류에 물든중국손님들도 많다. 종종 한국가수 소녀시대슈퍼주니어의 노랫가락이 들려오던 곳을 지나, 한국상표 전자제품을 파는 가게로 들어섰다. 곧이어 안으로 들어선 중국손님께 한국제품을 평소 애용하는지 여쭤보자, 말없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보여주셨다. 검은색과 황금색이 우아하게 매치된 한국산 핸드폰이었다. “품질과 디자인이 참 좋아요. 단지, 배터리가 쉽게 떨어진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고요.” 


 

                                한국제품을 고르는 중국사람들. 중국 현지학교 교복의 특징인 파란색과 하얀색이 보인다.


 

     그런데 정말로, 한국이 중국 속에서 이렇게 환영만 받는 것일까?

한류 = 글루미(gloomy)

     
화창한 봄날 길거리에서 만난 젊은 중국 아주머니들께 다가서며 미지 청소년 기자단 명함을 보여드리고 질문을 시작했다. 한국드라마에 대해 물어보며, “정말 좋아요! 한국 배우들은 어찌 그리도 멋있던지…” 이러한 대답을 생각하고 있던 필자는 의외의 대답을 듣게 되었다. “한국드라마? 전혀 안 보는데요..” 세 분께서 입을 모으자, 필자는 또 다른 질문을 하였다. “한국에 대한 인상이 어떠신가요?” 그러자 갑자기 한 아주머니가 기다렸다는 듯이 정색을 하며 입을 열었다. “한국사람들은 예의가 없어요.” 너무나도 직설적인 한 마디였지만, 최대한 담담한 척 필자는 이유를 물었다. “한국사람들이 자국에서는 예의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곳 중국에서만큼은 정말 실망이랍니다. 쓰레기를 바깥에 버린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예요.” 아주머니는 중국에 거주 중인 한국인들의 태도를 조심스레 비판하였다. “우리(중국인)들에게 큰소리를 치는 것은 다반사이고, 밤 늦게까지 무리를 지어 술을 마시며 돌아다녀요. 한국자체를 미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중국인 청소부나 종업원에게 한국말로 욕설을 퍼붓는 것을 보면 좋은 감정이 있을 리 없지요.” 그러자 나머지 두 분도 조용히 동의를 하였다. 그 중 한 분은, “잘하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그저 조금 조용히만 해주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밝혔다. 결국 필자는 마지막에 모든 한국사람이 다 그런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인사를 한 후 쓸쓸히 뒤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중국 북경의 특징인 자전거와 다채로운 빛깔의 택시 (왕징)


     중국에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있는 만큼, 인터뷰를 했던 아주머니처럼 한국에 대해 나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꽤 많은 편이다. 솔직히 필자도 고개 들고 다니기가 부끄러울 만큼 몰상식한 한국인들의 태도를 중국에서 목격한 경우가 적지 않다. 길거리를 지나다가 한국 남학생들이 중국 땅에서중국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며 웃는 것을 본 적이 있고, 한국 직장인 손님이 식당에서 중국 종업원에게 신경질을 내는 것은 자주 보았다. 덧붙이자면, 아무리 사람 좋던 한국학생들도 중국인
阿姨(a yi, 일하시는 아주머니: 가정부, 청소부 등등)만 대하면 금세 태도가 돌변해서 함부로 짜증을 내거나 대답도 하지 않는 일은, 정말, 과장 하나도 없이 지나치게 많이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필자가 북경 왕징에 위치한 어느 한국 미용실에 갔던 날에도, 중국인 종업원이 5~10명의 한국 손님에게 인사를 했지만 받아 준 손님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중 어쩌다가 한 한국사람이 90도 인사를 하며 나가자, 뒤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 “한국사람이 어째서 저렇게 예의가 바른걸까?” 
   

     ‘
글로벌하게 뻗어나가고자 하는 우리의 한류. 그렇다면, ‘글로벌’한 마음을 지니며, 모든 이에게 동방의 예의지국이라는 옛 별칭을 인식시켜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특히 
哈韩”(하 한, 한류팬)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한류열풍이 거세게 부는 중국에서 앞으로도 한류라는 뜨거운 바람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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