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근대문화 골목길 투어

2011년은 '대구방문의 해'이면서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의 굵직한 국제 행사들이 많아서 세계 각지의 외국인들을 비롯한 내국인들이 대구를 찾고 있고, 이러한 움직임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다른 지역사람들이나 외국인들이 대구를 방문해 가 볼 만한 곳을 물어올 때 본 기자를 비롯한 대구 사람들은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남부내륙지역에 위치해 있는데다 역사적으로도 이렇다 할 만한 사건의 무대가 된 적이 없어 특별한 관광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구에도 한국의 근대사 100년을 고스란히 간직한 명소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올해 대구를 찾을 많은 대학생, 청소년을 비롯한 손님들에게 대구 토박이도 잘 모르는 그 명소들을 소개하려 한다.

대구시 중구 구청에서는 '골목투어'라고 해서 관광객들은 물론이고 일반인 전체를 대상으로 1코스부터 4코스까지 가이드 투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그 중 최근 우리 역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주목 받고 있는 제2코스 “근대 문화의 발자취”에 동행해 취재하였다. 특히 이 코스는 외국인들보다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청소년들에게 더욱 가치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근대문화의 발자취라는 제목에 걸맞게 100년 전 개화기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대구 최초의 선교사 블레어주택에서 100년 전으로의 시간여행이 시작되었다. 최초의 선교사 주택으로 양옥과 한옥의 멋을 적절히 조화시킨 의료선교 박물관의 아름다움은 훌쩍 다가온 봄의 정취와 더해져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옆으로 늘어선 세 채의 선교사 주택, 그리고 대구 최초의 교회로 제일교회라 이름 붙여진 오래된 교회가 어우러져 그야말로 도심 속의 역사박물관이었다.

선교사 주택 해설을 들은 뒤 우리 민족의 얼이 깃든 3.1만세운동길을 지났다. 일제강점기에 영남지방 최초로 3.1만세운동에 동참했던 청년들이 걸어갔던 길이라 해서 이름 붙여진 이 3.1 만세운동길의 벽에는 100여 년 전 그 당시의 도시 모습과 만세운동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모습 등이 전시되어있어 우리 조상들의 뜨거운 독립을 향한 숨결이 느껴지는 듯했다.

3.1만세운동길을 지나 큰 도로로 나오자 놀랍게도 도로 한복판에 역시나 100년이 넘은 건물인 계산성당이 자리하고 있었다.
 



여전히 성당으로서의 본 역할을 다하고 있는 계산성당의 벽면 색유리에는 일반 성당들과는 다르게 국채보상운동의 주역인 서상돈 선생, 이상화 선생의 인물화가 새겨져 있었다. 서양적 건축물에 우리 민족의 역사가 녹아있다는 것이 신선한 놀라움이었다. 성당에서 기도 드리는 분들께 혹여 방해가 될까 조용히 계산성당을 나와 이상화 고택으로 이동했다.


이상화 고택으로 가는 길 중간 중간에도 서상돈, 이상화 선생의 초상이나 이상화 시인의 대표작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의 시구들이 길 위에 새겨져 있어 일행의 감탄을 자아냈다.

투어에 참여한 김재봉(64.남)씨는 “서울에 사는 손녀가 대구에 내려와 손녀에게 좋은 경험을 시켜주겠다며 데려왔는데, 손녀가 너무 좋아해 나도 기쁘고, 평소 좋아하던 이상화 시인의 흔적들이 이런 도심 한가운데 남아있단 것을 알게 되어 놀랍고 새로워 손녀보다 내가 더 즐거운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이상화시인 고택에서는 최근 유행하는 스탬프 투어의 도장도 찍을 수 있어 투어 일행 외에도 많은 관광객이 있었다.

이상화 고택 다음으로 찾은 곳은 “대구의 인사동”이라 불리는 한약의 거리, 한방의 메카 ‘약령시’인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거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진한 한약재들의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이곳에는 수백 곳의 한약재 상점이 위치해 있고, 거리 곳곳에 100년 이상 된 건물들이 산재해 있어 외국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약령시 한의약 문화관’이라는 전시관이 있어 다양한 한의약 관련 전시, 그리고 족욕, 한의약 체험 등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번에 약령시를 둘러본 브루스(34.미국)씨는 "미국에는 없는 한의약이라는 신기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매우 새롭고 좋다. 하지만 한약 체험에서 맛본 한약의 맛은 너무 쓰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의약 문화관 다음으로는 대구의 종로와 진골목 등 고택들이 즐비한 골목을 탐방했고, 마지막으로 대구 화교협회에서 투어는 막을 내렸다.

투어에 함께했던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학생들은“레포트 제출 때문에 왔는데, 레포트 제출을 위한 자료수집 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었던 좋은 계기가 되었다.”며 투어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이렇듯 외국인, 내국인 그리고 연령을 불문한 많은 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하게 해 준 100년 전으로의 시간여행을 근현대사를 배우는 청소년들, 그리고 견문을 넓히고 싶은 대학생들 또는 한국을 알고 싶은 외국인들에게 추천하는 것은 어떨까?


<TIP 1>

골목투어 코스

• 제 1코스: 달구벌 그때 그 시절

경상감영공원-향촌동-대구역-종로초등학교-달서문-섬유회관-오토바이골목-달성공원

• 제2 코스:근대문화의 발자취

동산선교사주택-3.1만세운동길-계산성당-이상화,서상돈 고택-성밖골목-제일교회-염매시장- 종로-진골목

 *기타 코스나 투어 참여신청, 또는 자세한 문의사항은 대구시 중구청 홈페이지(go.jung.daegu.kr) 참고.


<TIP 2>

다른 박물관들과는 다르게 동산 선교사 주택을 비롯한 코스 대부분의 문화재들은 문화재 보존을 위해 오전시간에만 개방하고 있으니 따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이 점 유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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