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CS, 열정으로 세계를 요리하다

  

 

 2012년 5월, 대전은 요리에 대한 열기로 들썩였다. 수많은 요리사들이 훌륭한 기술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장, 2012 세계 조리사 대회(WACS Congress Daejeon)가 대전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WACS는 1928년 파리에서 설립된 세계조리사회연맹으로 1928년 당시 36개국으로 결성된 국제적 기구. 현재는 관련된 직업의 문제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WACS 세계 조리사 대회는 2년마다 세계 각지를 돌아가며 개최되고 있는데 요리의 수준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음식문화를 알리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대전에서 열린 올해 WACS 대회에서는 대전 엑스포 남문광장부터 컨벤션 센터까지 각 나라의 부스가 설치되어 고유 음식을 맛보고 체험하는 전시와 더불어 각국 전통 의상과 소품을 파는 등 서로의 문화를 알리는 기회를 마련했다. 특히 이번 대회는  한식과 우리나라 전통의 음식문화와 사찰음식 등 한국의 음식문화를 체험하는 장을 열어 한식의 세계화를 도왔다. 전시 뿐 아니라 한국 특색 음식 기술자들의 기량을 보여주는 떡, 한과 경연대회도 개최되어 색다른 한식의 면모를  선보이기도 했다.

 

 

 

  세계 조리사 한자리에 모이기 기네스 도전처럼 유쾌한 행사도, 국제 식품 산업전/소믈리에 경기 대회처럼 전문적인 행사도 다채롭게 펼쳐졌지만 그 중 관심을 한 몸에 받은 행사는 단연 요리 경연대회였다. 전문가와 주니어, 그리고 음식 분야에 따라 진행되었는데 특히 라이브 요리 경연대회는 관람객들이 보는 앞에서 제한시간 안에 작품을 내는 경연으로 전문성이 돋보였다. 특히 제과 제빵 부문의 라이브 경연인 프로 제빵왕 대회는 이틀에 걸쳐 가장 많은 52개 팀이 참가하는 등 성황을 이루었다. 또한 초콜릿 공예와 슈거크래프트, 데커레이션 케이크는 기술 뿐만 아니라 작품에 대한 설명으로 이야기가 있는 작품을 보이는 창의성을 보여주었다.

 

▲슈거크래프트 전문가 부문 최우수상작

 

 

 

 

▲ 마지팬케이크 전문가 부문 특별상작

※바로잡습니다 : 이 작품은 서은지씨의 작품으로, 출품자의 이름이 잘못 기재되어 수정하였습니다.

 

 

 

                                                                  ▲ 초콜릿 공예 부문 최우수상작 

또한 주니어 부문 참가자가 전문가 못지않은 기술을 드러내며 놀라운 기량을 선보였다. 뛰어난 솜씨로 주목을 받은 마지 팬케이크 주니어 부문 참가자 주영빈 씨와 마지 팬케이크 전문가 부문 참가자 하연옥 씨, 정종성 씨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주니어 부문 주영빈 씨>

1. 안녕하세요, 주영빈 씨의 작품을 잘 봤습니다. 어떻게 해서 WACS에 참가하게 되었나요?

글쎄요, 교수님이 이런 대회가 있다고 저에게 참가해서 상도 타보는 게 어떻겠냐고 전화를 하셨어요. 그래서 참가하게 됐어요. (웃음)

 

2. 언제부터 제과 제빵쪽에 꿈을 갖게 되었나요?

저는 이쪽에 진로를 정한 다른 사람들보다 출발이 약간 늦었어요. 보통 중학교 3학년 쯤에는 학원에 다니면서 기술 배우는 것을 시작하는데, 저는 고 1 초에 시작했거든요.

 

3. 진로를 요리 쪽으로 정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제가 여자다 보니까 초반에 반대가 심했어요. 요리 분야는 여자가 더 잘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 제과 제빵 쪽은 오븐도 뜨겁고 만지는 것들도 여자가 다루기에는 무겁고 위험한 것들이 많아요. 그것 때문에 수시로 데고 다치거든요. 이런 점 때문에 남자들이 더 많이 배우기도 해요.

 

3-1. 제과/제빵을 배우고 나서 취업을 한다면 어떤 직업들을 갖나요?

주로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 같은 프랜차이즈에 많이들 들어가요. 호텔에 들어가서 디저트를 만드는 친구들도 있지만 프랜차이즈에 제일 많이 가는 것 같아요.

 

4. 요리사(제빵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대학을 선택해서 올 때 자격증은 그렇게 많이 중요하진 않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요. 대학 합격 때문에 자격증을 다 따고 들어오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냥 들어온 친구들과 수준 차이가 조금은 날 수 있어요. 그래도 자격증 때문에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대학에 와서 실습도 하고 배우면서 자격증은 충분히 딸 수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여학생들도 포기하지 않고 버텼으면 해요. 물론 체력적으로 힘들고 여자한테 버거운 일이 많지만 넓게 보면 여학생들이 제과 제빵 배워서 할 일도 충분히 많아요. 너무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4-1. 제과/제빵을 배우고 싶은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들 같은 경우는 자격증을 딴다고 해도 불리한 면이 있나요?

아뇨, 별로 그렇지 않아요. 인문계 고등학교나 실업계 고등학교나 제대로만 배운다면 기술 차이는 크게 나지 않으니까 포기하지 마셨으면 해요.

 

4-2. 요리사(제빵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일단 준비를 한다고 하면 기술은 일반계 고교 학생들도 학원에서 배워오면 되는 것이고, 기술에 대해 더 깊게 공부하고 싶다면 유학을 갈 수도 있구요. 그래서 외국어 공부를 잘 해오셨으면 좋겠어요. 장학금도 받고 유학도 갈 수 있고 좋은 기회가 많아요.

 

 

 <전문가 부문 하연옥 씨 , 정종성 씨>

 

1. 전시회에서 주니어부문에 기술이 대단한 작품들이 굉장히 많았는데요, 선배로서 어떤 것을 느끼셨나요?

하 : 옛날에, 그러니까 제가 제과 / 제빵 배울 때는 폭이 좁아서 학원도 적었고, 여자면 이 직업이 안 맞는다고 아예 안 가르쳐 주는 곳도 많았어요. 기술 전문직이다 보니 기술이나 노하우 전수에 있어서 조심스럽기 때문에 결혼하고 그만두는 여성들에게 잘 안 가르쳐 주려고 했죠. 조금이라도 전문적으로 배우려면 유학을 가야 했구요. 그런데 요즘은 상황이 달라지다 보니 여학생들의 참가도 훨씬 늘면서 작품 수준과 창의력도 눈에 띄게 늘었어요.

 

정 : 갈수록 실력이 늘어가는 게 눈에 보입니다. 베이커리 시장이 발달한 선진국만큼이나 손재주가 좋구요. 실제로 한국인들이 세계적인 조리 기술 대회에서 금, 은, 동상을 받고 오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대회 작품들이 훌륭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기술을 배우는 데 있어서 양면성이 있다는 겁니다. 대회 작품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은 맨 밑부터 시작해서 경험으로 쌓아 올리는 건데 훈련만으로 기술을 습득하려고 하니까 현장 체험이 외국에 비해서 적은 편입니다.

 

2. 요리 쪽의 진로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으신가요?

하 : 요즘에도 물론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너무 나약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리사가 흰 가운을 입고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 누가 봐도 멋있어요. 그런데 그 모습은 하루 이틀 만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경력을 쌓고 나서야 되는 것인데, 시작부터 성공한 모습을 꿈꾸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 일이 고되고 힘든 건 사실이지만 한 우물만 판다면 분명 성공할 수 있는 분야라고 봐요. 노하우가 생기거든요. 노하우는 배우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끝에 스스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고비만 이겨낸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

 

정 : 제과 제빵 기술을 배우는 친구들은 꽤 있습니다만, 거의 다 프랜차이즈로 취직을 해요. 개인 샵을 여는 친구들은 아주 적은 편이고 휴일도 있고 근무시간도 짧은 프랜차이즈로 거의 다 취직하는 추세에요. 이 점이 안타깝습니다. 이런 면에서 편한 것만 찾지 말고, 스스로 이겨내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기술인으로 존경받는 친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3. 제빵사의 길을 걸을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하 : 끈기가 있어야 해요. 여자나 남자나 힘들 만큼 일의 강도가 센데, 특히 여학생같은 경우는 남학생들 사이에서 혼자 해나가는 게 버거울 거에요.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그리고 스스로를 필요하게 만드셔야 해요. 똑같은 과정을 해도 더 편하게, 더 빠르게 하는 방법을 찾아내서 ‘이 작업을 할 때는 꼭 이 사람이 있어야 해' 하는 인식을 갖게끔 한다든지, 하다못해 단골 손님을 만드는 것 같은 작은 일이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도맡아서 하게 되면 어느새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 있을 거에요.

 

정 : 성실해야 해요. 물론 아까 말했듯이 프랜차이즈로 가는 친구들이 많지만, 저는 지금이 과도기라고 봅니다. 모든 기술인들이 존경받고 대접받지는 않지만, 요즘 다시 핸드메이드 베이커리가 뜨면서 다시금 기술인들이 필요하게 되었잖아요. 성실하게 기술을 열심히 배우고 있는다면 꼭 그 기술로 존경받고 대접받는 기술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WACS는 세계의 음식문화를 알리는 것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요리사에 대한 열정을 경연대회를 통해 보여주기도 했다. 뛰어난 작품으로 관람객들을 놀라게 한 그 청소년들은 이제 다시금 전문가 부문에서 활약하는 프로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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